전남자치일보

[문화탐방] 나주시 대표 민간정원 ‘마중 카페’의 연리목과 연리근

"숲 카페 나무들의 신비한 사랑과 향연"

김성후 | 기사입력 2024/02/04 [19:07]

[문화탐방] 나주시 대표 민간정원 ‘마중 카페’의 연리목과 연리근

"숲 카페 나무들의 신비한 사랑과 향연"
김성후 | 입력 : 2024/02/04 [19:07]

▲ 마중 카페의 명소인 연리목 회화나무(가운데)와 느티나무(우측)


카페 마중(나주시 교동 15-2)은 3천여 평이 넘는 숲속에 묻힌 큰 공간이다. 이 녹지공간은 나주 봉황 철천리 출신으로서 한 때 재일교포 사업가인이 금하(錦下) 서상록씨가 금하장학회 나주사무실로 운영했던 곳이다. 그는 빈농의 장남으로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이천금속공작소라는 회사를 세워 크게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레거시는 나주의 여러 곳에 남아 그의 영향력과 고향 사랑의 정신을 알아 볼 수 있게 해준다. 

 

봉황면 철천리의 다수 보호수 등 거목 숲정이와 만호정이 있는 곳에 그가 건립한 와가형 대저택이 있고, 노안면에는 그가 아버님을 기리기 위한 거대한 공원묘지가 있어 봄이면 찬란한 벚꽃 유원지가 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봉황면 면소재지 앞 동산에는 향우정과 여러 비석이 있는데 그 비석 가운데 하나가 ‘금하서상록선생기공적비’이다. 

 

또한 서상록은 이승만정권시절에 장관직을 제의 받았지만 기업인은 기업에 전념해야 한다면서 소신을 보였는데, 고향 나주발전에 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역 사거리에는 15층의 푸른 옥탑을 가진 랜드마크 빌딩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금하빌딩으로서 서상록의 아들이 아버지의 호를 빌딩 이름으로 지었다. 

 

▲ 연리목 옆의 솟대와 ‘어린왕자’ 대화가 새겨진 기둥. 뒤쪽은 나주 향교의 명륜당

 

마중 카페는 고즈넉한 나주향교 부지와 바로 붙어 있고 담장이 서로 경계를 정할 뿐이다. 그런데 바로 담장 가에 모두 거목인 팽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 3형제가 나란히 도열해 있는데, 모두 나주시에서 노령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가운데 곧은 직경의 회화나무는 느티나무와 연리목이 되어 명소가 되었으니, 많은 사람의 호기심과 발길을 끌고 있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많은 탐방객들의 포토존이 되었고 구경거리도 되었다. 겨울 찬 날씨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세심한 주인은 연리목 주변에 여러 조형물과 편의시설을 설치해 놓았는데, 연리목 안내판은 물론이고 ‘소원을 말해봐’라고 커다랗게 새긴 목판을 죽은 나무의 밑동으로 만든 받침대 위에 얹혀 놓았다. 자연미를 살려 나무를 깎아 만든 의자들, 소원빌기, 기와파편탑, 그리고 나무계단으로 오르는 전망대 등등 아기자기 꾸며 놓아 젊은 연인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나주 향교의 보호수 은행나무는 물론 금성관 후원의 은행나무들도 볼 수 있다. 전망대에는 큰 기둥 두 개를 세워 솟대로 만들었는데 유명 소설 ‘어린왕자’의 글도 이쁘게 새겨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좌측 기둥 글씨)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어린왕자(우측기둥 글씨)”라고. 연리목의 안내문도 잘 정리하여 연리목 바로 옆에 게시해 놓았으니 그대로 인용해본다.

 

▲ 카페 마중의 연리목과 뒤편 카페 일부

 

신비한 연리목: 회화나무 & 느티나무

예부터 회화나무는 선비의 고결함을 나타냈고,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신령스러운 당산나무 역할을 해왔습니다. 회화나무를 집 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인물이 나온다하여 ‘정승나무’로도 불렸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회화나무를 모든 나무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길상목이자 신목으로 여겨서, 임금이 특별히 공이 많은 학자나 관리에게 상으로 내리기도 했다.

 

금성산의 정기와 더불어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의 기운이 더해진 회화나무 느티나무 연리목에 소원을 빌어보면 어떨까.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 예감이 든다. 나주시 노령목 54호(교동 15-2번지)인 세 나무는 좌측 팽나무 둘레 2.4m, 연리목인 회화나무와 느티나무는 각각 2.0m 굵기이니 천생연분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팽나무는 신부의 통통한 우인이라고나 할까 싶다. 

 

나주에도 회화나무가 여럿 있지만 회화나무가 이렇게 반듯할 수 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경남 산청군 선비촌의 두 회화나무는 ‘왕이 된 남자’에 등장하여 연리지로 명소가 되었지만, 멀리 골목 입구에서 바라볼 때만 연리지처럼 보일 뿐이다. 즉, 실제로는 서로 간에 큰 가지가 서로를 향하여 기울어져 있을 뿐, 전혀 서로간에 접촉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카페 마중도 나주향교처럼 큰길에서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구시가지에서 들어가야 하지만 큰길 입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두 곳 모두 국도 13호선에 연접해 있지만 카페 마중은 그래도 목포에서 편도 2차선으로 접근할 때 그나마 입구에 큰 대문이 있어서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빠른 도로이니까 급제동하기에 알맞지 않으므로 현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 돌아가는 길이 안전하다고 권장된다. 시내 중심가 쪽에서 카페 마중에 들어가려면 고급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 실내를 통해서 입장이 되지만, 자동차로 바로 부속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입장하면 주인인들 마케팅 솜씨를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 민간정원내의 푸조 연리근     

 

카페 주인은 청산유수라 관광객들은 주변 서성문에 고정 배치된 나주시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 서비스를 받지 않을 정도이다. 기자가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일행을 대동하고 방문했을 때에도 도청에서 그곳의 연리목을 ‘준보호수’로 지정했다고 주인은 직접 해설을 해주었다. 그의 해설 솜씨에서 역시 관광마케팅의 대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주시에서는 보호수 아래 단계로 ‘노거수’가, 그 아래 단계로 ‘노령목’이 지정되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이 연리목은 나무의 품계에서 2단계 승진한 셈이 된다. 더 승진하여 최고 등급이 되면 문화재청으로 이관되어 천연기념물이 되는 것이 현행 우리나라 산림보호 차원의 정책이다.

 

카페 주인 남우진 사장은 방송에 출연하여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우연이라고 했는데 이곳을 매입하러 온 지인을 따라왔다가 대신 매입했다고 한다. 주인은 전주 한옥촌의 부흥을 보고 감을 잡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천여 평이 넘어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방치된 고택을 대담하게 외지인으로서 구입하여 아무나 덤벼들 수 없는 시설 관광업을 애써 일구어 나가고 있는 그간의 행적은 놀랍기만 하다.

 

나주 토박이들은 안목이 없을 때 전주 외지인은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으니, 이 땅에 주목했다. 그리고 경영을 아는 사람이라 전남도청으로부터 2023년 초에 20개의 ‘유니크 베뉴(Unique Venue)’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전라남도에서 지정한 26개 ‘민간정원’ 가운데 나주시에서는 유일하다. 한편, 전라남도는 유니크 베뉴 선정을 계기로 자연·생태·역사·문화 등 우수한 자원과 연계한 차별화된 시설을 널리 알려 경쟁력 있는 지역 특화 마이스(MICE) 관광을 집중할 계획이다. 

 

카페 주인은 드넓은 공간을 경영하느라 바빠서인지 그곳 뒷산에서 군락을 이룬 푸조나무가 연리근이 된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어 본 기자가 알려준 에피소드도 있었다. 연리근에서 몇 걸음 더 옮기면 유서 깊은 난파정에 오르게 되는데 지금은 펜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난파정은 나주사람들이 외지인에게 개인소유로 넘어간 것을 아쉬워할 만큼 나주천을 조망하고 있어 풍광이 딱 그만이다. 

 

▲ 유니크 베뉴 겸 민간정원 내의 난파정     

 

난파정에서 나주천 건너편의 ‘나주백민원’이라는 아동보호소 뒷담장을 바라보면 그냥 숲이 무성히 우거진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도 숨은 보물이 숨겨져 있다. 큰 느티나무가 회화나무와 나주천 물가에서 사랑을 나누는 은밀한 장면인데 찬찬히 보아야 눈에 들어온다. 이 연리목은 나주천 건너편 석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밑동까지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연리목의 고장 나주’답게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접근로를 만들 때가 된 것 같다. 그 일대는 나주천이 자양분이 되어 수림이 빽빽하고 국도 13호선 아래쪽 굴다리의 기다란 옹벽에는 나무 조형물과 나무 그림이 친환경적 길거리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마중 카페의 국도 13호선 맞은 편은 금성산 등산로의 입구인데 봄이면 어찌나 봄꽃 정경(情景)이 아름다운지 그 일대가 차량정체를 보인다. 그래서 천천히 주행하면서 벚꽃 구경은 덤으로 하는 경험을 가진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보호수가 많은 나주 구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다보사가 숨어 있는 금성산 깊은 골짜기까지 이 일대가 문화생태탐방로로 뜰 날이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 전남자치일보 회장


-약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경제학 학사)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 경제학 석사

미국 Oklahoma State University 경제학 박사 

 

(前)전남도청 중기재정계획, 관광객전문식당 심사위원회 및 기타 다수 위원회 위원 

   한국해양관광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역임

   무등일보 및 광주매일신문사 경제칼럼 집필진

   전남매일 관광칼럼, 아프리카기행 집필진

   전남매일 편집자문위원회 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광주지부 운영위원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동신대학교 경제학과, 관광학과 교수

 

(現)국제문화창작연구회 회장

   세종문화경제원 대표이사

   전남자치일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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