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운갑 군의원, 쌀값 안정이 바로‘농심’이자 ‘민심’이다"국민들의 마음속에 여전히‘농자는 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초근목피로 연명하여 부황증(浮黃症:오래 굶어 살가죽이 들떠서 붓고 누렇게 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인이 보릿고개에서 벗어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된 이후부터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부자를‘천석꾼’ 또는 ‘만석꾼’이라는 말로 대신 해왔다.
쌀은 말 그대로 한 집의 재산을 지칭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쌀은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에 불과하다. 30년 전인 1990년의 119.6㎏을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즉석밥 한공기가 210g이니 국민 1인당 하루에 밥 한 공기도 먹지 않는 셈이다. 아마도 쌀을 대체하는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하고 국민의 입맛도 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1인 가구의 증가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식생활 및 식품 선호도의 변화를 불러왔다.
이와 같이 국민의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보니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공급과잉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쌀값 하락과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져 쌀 중심으로 형성된 농촌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쌀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자동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오히려 농가소득이 줄 것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공급과잉에도 안정적으로 수매가격을 보장하면 농민들이 쌀 생산량을 늘려, 궁극적으로 쌀값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쌀값과 생산량이 기준치를 넘어설 때 반드시 시장격리를 해야 한다고 법을 고치면 농민들이 맘 놓고 생산량을 늘려서 더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실제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며 반대의 뜻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장기간 지속돼 온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로 농약값과 비료값을 비롯해 인건비·유류비 등은 폭등하고 있는데 쌀값만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농민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잘못된 대처방식이 결국은 지금의 쌀값 폭락을 가져온 것이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도, 지켜볼 수도 없다. 쌀값 폭락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장격리 의무화, 시장격리 시기, 매입방식, 가격결정 구조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
2023년의 끝자락이 다가온다. 2024년의 새해가 바로 코 앞이지만 농촌 들녘의 여명은 여전히 먼 듯하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여전히‘농자는 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다.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진 손으로 필자의 손을 부여 잡으며 “밥 한공기 값이 300원 해달라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인가”라고 눈물을 훔쳤던 80세 농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군의원이자 농민의 한사람으로써 저부터 한 걸음 더 뛰겠다. 그것이 바로 ‘민심’을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전남자치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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