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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企業 상생! ‘납품단가 연동제’ 시험대

전남자치일보 | 기사입력 2024/02/02 [02:51]

[칼럼] 企業 상생! ‘납품단가 연동제’ 시험대

전남자치일보 | 입력 : 2024/02/02 [02:51]

▲ 소정현 칼럼니스트 

● 납품단가 연동제 ‘15년 만에 법제화’

 

지난 10월 4일부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 따른 ‘하도급대금 연동제’와 ‘대·ᆞ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상 ‘납품단가 연동제’가 함께 시행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도입 요구가 본격화되고 약 15년 만에 법제화된 것이다. 앞서 원자재 가격이 3년째 상승하던 2008년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연동제 도입 필요성이 논의된 바 있지만, 당시엔 하도급법에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의 도입 근거를 담는 수준에서 논의가 일단락된 바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거래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끼리 정한다’는 시장 원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재계와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했던 결과다.

 

그러나 근래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다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세계적 전염병과 전쟁에 따른 원유, 철광석, 펄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수급사업자가 거래상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인하여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하도급대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거듭 불거진 것이다.

 

특히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납품단가 연동제가 고안되었다. ‘납품단가 연동제(납품대금 연동제)’의 도입은 하도급 수·위탁 거래 계약에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조항을 포함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어 미리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인상분의 일정 비율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원·수급사 업자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게 하여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의 경영상 애로를 덜어 주기 위한 목적의 제도이다.

 

여기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중소기업중앙회에 납품단가 조정 협상 대행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된 것이다. 기존에는 특정 원재료 가격이 10% 이상 상승하는 등 공급원가가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 이상 변하는 경우에만 조정 협상 대행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행령으로 정한 기준 이상 변동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삭제됐다. 공급 원가가 바뀌면 원가 변동폭이 얼마만큼이든 협상 대행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두 제도의 ‘상이점과 공통점’

 

이들 법령 모두 급격한 원가변동에 따른 부담이 당사자 일방에게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서 그 내용이 상당 부분 중첩되나, 적용대상과 규제조치 등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상이한 부분도 있다.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 유형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르고 납품단가 연동제의 내용도 서로 다른 측면이 있는 바 기업들은 협력업체들과의 거래가 상생협력법이 적용되는 수탁·위탁거래인지,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하도급거래인지 여부를 잘 살펴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도급대금 연동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하도급거래’에, 납품단가 연동제는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사이의 ‘수탁ᆞ위탁거래’에 각각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수탁ᆞ위탁거래’가 ‘하도급거래’보다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거래라도 상생협력법상 납품단가 연동제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도급법의 경우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100분의 10 미만의 별도의 완화된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상생협력법은 제25조에서 납품단가 연동에 관한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하기 위하여 물품 등의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별도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하도급법 및 상생협력법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하도급대금(납품대금)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하도급법 제3조 제4항, 상생협력법 제21조 제3항)

 

▽원사업자(위탁기업)가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거래기간이 90일 이하인 경우(거래의 특성을 고려하여 거래 별로 달리 적용)

 

▽대금이 1억 원 이하인 경우(거래의 특성을 고려하여 거래별로 상이하게 적용)

 

▽원사업자(위탁기업)와 수급사업자(수탁기업)가 하도급(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단, 이 경우에는 원사업자(위탁기업)와 수급사업자(수탁기업)가 그 취지와 사유를 서면(약정서) 등에 분명하게 기재하여야 함)

 

그리고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거나 거짓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의무를 피하려는 행위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한 위탁기업에는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개선요구, 시정권과 또는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분쟁조정 대상에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각 지방청에 분쟁조정 등의 권한을 위임할 근거가 마련되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였는데,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납품단가가 낮아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단가 인하라는 점을 소명할 수 있는 근거와 증빙자료가 없는 경우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낮게 결정하였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바, 기업들은 반드시 해당 근거와 증빙자료를 구비하는 것이 현명한 방책이다.

 

▲ 납품단가연동제 (이미지=중소벤처기업부)


● “소비자 전가 우려…낙찰가 하락 가능성”

 

미래의 원자재 가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계약 시 간단하게 납품단가에 반영하면 되겠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면 그 위험을 감안하여 계약 기간과 납품단가 등을 적절히 협의해야 한다. 자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다면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은 제거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래비용이 엄청날 뿐 아니라 장기계약을 통한 안정적 거래관계 형성에서 오는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단가연동은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의 위험 분담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누가 위험을 부담할 것인지? 그에 대한 대가가 무엇인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하여 위험을 분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래상대방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으나, 이를 의무화한다면 효율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경제적 효율성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상생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정책이 무력화되고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협상력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가연동을 강제할 경우, 원사업자가 위험을 분담해 주는 대가로 낮은 단가를 요구하는 등 거래조건이 달라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취약기업이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 즉,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지고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결과가 출몰할 수 있다.

 

이런 점도 적극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독 공공조달에서 단가연동조항을 의무화하면 언뜻 보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의 위험이 정부로 넘어가기 때문에 낙찰자에게 이익이고 정부가 위험을 부담해 주는 것은 좋은 계약 조건이기 때문에 이런 계약을 따내기 위한 입찰 경쟁이 심화되어 낙찰가가 하락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위험을 분담해 주는 대신 더 낮은 금액에 조달을 받는 것이 최상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드시 제조비용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대체 원자재 선택, 원자재 이용 비율 조정, 재고 관리, 기술력 향상 등 대안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면 단가연동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원사업자가 활동하는 최종소비재 시장의 경쟁 상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공조달에서는 정부가 최종소비자이지만, 기업 간 거래의 원사업자는 납품단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따라서 납품단가가 원자재 가격에 연동되어 상승한다면, 원사업자는 최종소비재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이 비용 부담을 적절히 전가할 수 있다. 즉, 단가연동을 의무화하면 원사업자와 소비자가 위험을 공동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의 향후 사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고, 사업상 불필요한 손실이나 법 위반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체계적이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시장실패가 있는 곳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시장실패가 있는지, 시장친화적인 대안은 없는지,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되는 부분은 없는지?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특정 계약 형태를 강제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협상력 격차를 완화하고 남용 행위를 규율하는 것에 정책적 노력을 병행하는 노력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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